땅이 기억하는 시간, 1912년 중구 신당동에서 시작된 서울의 이야기
- 서울 HI
- 10월 22일
- 3분 분량
목차
시간의 문을 열다 – 신당동, 땅이 말해주는 도시의 기억
1912년의 신당동 풍경 – 논밭과 무덤, 그리고 사람들의 삶
일본의 그림자와 동양척식주식회사의 흔적
문화재발굴조사로 다시 깨어난 신당동의 역사
지표조사와 시굴조사, 서울의 과거를 복원하는 기술
유적발굴단의 성공 사례 – 잊혀진 마을을 다시 세우다
우리가 지금 문화재발굴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
마무리 – 땅 아래에서 발견한 ‘우리의 내일’
시간의 문을 열다 – 신당동, 땅이 말해주는 도시의 기억
“이 땅엔 아직,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가 잠들어 있다.”
서울 한복판, 고층 아파트와 도로가 뒤엉킨 신당동. 그러나 100년 전, 이곳은 논과 밭, 그리고 조상의 무덤이 자리한 조용한 마을이었다. 1912년의 신당동을 들여다보면 놀랍도록 섬세한 도시의 기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서울의 중심이자 변화의 출발점이었던 신당동. 이곳의 땅은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라, 한 세기의 시간을 품은 거대한 역사서다. 오늘 우리가 걸어 다니는 길 위에는, 100년 전 누군가의 논두렁과 삶의 터전이 겹겹이 쌓여 있다.
1912년의 신당동 풍경 – 논밭과 무덤, 그리고 사람들의 삶
1912년 중구 신당동은 790필지, 2,384,215㎡의 면적을 지녔다.
그중 논은 64필지 385,720㎡, 밭은 528필지 1,394,859㎡에 달했다.
당시 이 지역은 물이 잘 흐르고 농사가 잘되던 비옥한 땅이었다.
마을 어귀에는 조상들의 묘역이 자리했다. 분묘지는 28필지, 412,094㎡.
이 수치는 단순한 면적이 아니라, 세대와 세대를 잇는 ‘기억의 공간’이었다.
또한 대지는 158필지 107,005㎡, 그 위에 초가와 기와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농사와 제사, 삶과 죽음이 공존하던 그 시절의 신당동은, 오늘날 우리가 상상하는 서울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일본의 그림자와 동양척식주식회사의 흔적
그러나 1912년은 조선이 일본 제국의 식민통치에 놓인 해였다.
신당동에도 그 그림자는 깊게 드리워졌다.
당시 동양척식주식회사(동척)가 102필지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으며, 일본인 개인이 37필지를 차지했다.
그들은 이 지역을 ‘도시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차근차근 점유해갔다.
논과 밭, 조상의 묘, 그리고 조선 사람들의 삶이 서서히 땅속으로 묻혀갔다.
이처럼 신당동의 토지 구조 속에는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덧씌워진 식민경제의 흔적이 또렷이 남아 있다.
그 기록은 오늘날 문화재발굴조사를 통해 다시금 세상 위로 올라오고 있다.
문화재발굴조사로 다시 깨어난 신당동의 역사
서울문화유산 발굴조사팀은 과거의 흔적을 복원하기 위해 지표조사, 시굴조사, 표본조사, 유적발굴조사 등을 진행한다.
이 과정은 단순히 ‘땅을 파는 일’이 아니라, 시간을 거슬러 ‘사람의 흔적’을 찾아내는 정밀한 연구다.
‘문화재발굴’은 우연이 아닌 계획된 과학이다.
지층의 구조, 토양의 성분, 잔존 유물의 분포를 면밀히 분석한 뒤, 발굴조사원들이 현장을 하나하나 기록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되는 작은 조각들은 유물발굴을 넘어 도시의 뿌리를 되살린다.
지표조사와 시굴조사, 서울의 과거를 복원하는 기술
문화재를 지키는 첫걸음은 지표조사다.
지표조사는 땅의 표면을 관찰해 유적의 흔적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서울의 재개발이나 건축 전에 반드시 시행된다.
이후 시굴조사를 통해 실제로 땅을 시범적으로 파보며 유물의 존재를 검증한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발굴이 필요한가’ ‘보존이 우선인가’를 판단하게 된다.
서울의 재개발 현장 중 상당수가 이러한 절차를 거쳐 문화재발굴조사장비와 함께 과거를 복원한다.
즉, 오늘의 건물 하나가 세워지기 전에 수백 년의 역사가 존중받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 바로 ‘서울’이라는 도시가 여전히 살아 있는 이유다.
유적발굴단의 성공 사례 – 잊혀진 마을을 다시 세우다
실제로 서울에서는 발굴조사를 통해 놀라운 발견들이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중구 을지로의 한 재개발 현장에서는 조선 후기의 우물터와 기와 조각이 발견되어, 해당 부지는 일부 보존 결정이 내려졌다.
이 발굴은 ‘유적발굴단’의 세밀한 기록과 ‘발굴조사원’들의 끈기 덕분이었다.
또한 신당동 인근 청구동에서는 조선 중기의 생활유물이 발견되어, 지역의 정체성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문화재발굴은 단순한 과거 복원이 아닌, ‘현재의 도시가 어디서 왔는가’를 묻는 행위다.
우리가 지금 문화재발굴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
문화재 발굴은 단지 역사학자의 일이 아니다.
이것은 도시를 살아가는 모든 시민의 기억 복원 운동이다.
신당동의 논과 밭, 분묘지, 그리고 집터가 사라져도 그 흔적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
그것이 우리가 ‘서울’이라는 이름을 계속 부를 수 있게 하는 이유다.
지금도 서울 곳곳에서 유물발굴작업이 진행 중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오래된 벽돌 하나, 작은 토기 조각 하나를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다시 손끝으로 느낄 수 있다.
마무리 – 땅 아래에서 발견한 ‘우리의 내일’
한 세기가 흘렀지만, 신당동의 땅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김씨, 이씨, 최씨, 박씨, 그리고 이름 모를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숨결이 그 안에 묻혀 있다.
그 땅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복원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어떤 도시를 만들어갈 것인가를 묻는 일이기도 하다.
서울문화유산 발굴조사는 바로 그 질문에 대한 가장 진지한 답이다.
유적의 흔적에서 내일의 방향을 찾는 일,
그것이 지금 우리가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다.
서울의 땅은 여전히 살아 있다.
그 안에는 ‘서울의 내일’이 자라고 있다.
출처 : 서울 문화유산 발굴 조사 https://www.seoulheritag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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