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년 중구 장교동, 서울 도심의 뼈대를 드러낸 토지 비밀 지도

목차

1.장교동, 잊힌 도심의 초상

2.1912년 장교동 토지 구조가 알려주는 도시의 깊이

3.성씨별 토지 소유 분석, 누가 이곳을 지배했나

4.일본인·중국인 소유 토지에서 드러나는 시대의 흔적

5.오늘의 문화재 지표조사와 연결되는 의미

6.성공 사례로 보는 도시 발굴의 가치

7.장교동을 다시 걷는 우리에게

⸻

“도시는 기억을 잃지 않는다.”

이 짧은 문장을 읽는 순간, 오래된 지도의 문이 열리는 듯한 느낌이 스며든다.

1912년 중구 장교동을 바라보면 지금의 도심 한복판 아래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있는지 알게 된다.

서울 한복판에 남아 있던 72필지, 24,644㎡의 토지.

우리는 그 안에서 시대의 흐름, 사람들의 움직임, 그리고 도시가 만들어지는 생생한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이 글을 끝까지 읽고 나면, 장교동이라는 이름이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시간 속에 살아 움직이는 흔적이라는 걸 조금 더 또렷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소목차 1 장교동, 잊힌 도심의 초상

장교동은 오래전부터 도심 속 핵심 공간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 옛모습은 흐릿하다.

지금은 건물 사이로 바람이 스칠 뿐이지만, 1912년 당시 이곳은 이미 72필지 전체가 대지로 구성된 촘촘한 주거·상업 공간이었다.

다른 동네에 흔히 남아 있던 논이나 밭이 거의 없고, 전부가 사람의 삶이 응축된 땅이었다는 점에서 도시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던 지역임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기록된 토지 구조는 문화재 지표조사에서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왜냐하면 도시가 먼저 자리 잡은 곳은 유구 역시 조밀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소목차 2 1912년 장교동 토지 구조가 알려주는 도시의 깊이

1912년 장교동 72필지의 대지는 겉으로 보면 단순한 숫자 같지만, 이 숫자는 당시 도심의 생활상을 증언하는 생생한 언어다.

24,644㎡라는 면적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1910년대 서울에서 이 정도의 대규모 대지가 한 동에 집중되어 있었다는 점은 이 지역이 도시기능의 핵심축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게다가 장교동은 청계천과 가까워 교통·상업 기능이 활발했던 지역이다.

이런 지역에서 발굴이 이루어지면 조선후기 상업시설, 근대기 상점 터, 골목길 유구, 생활유물이 복합적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문화재 지표조사 단계에서 이런 특징은 매우 중요한 예측 지표가 된다.

소목차 3 성씨별 토지 소유 분석, 누가 이곳을 지배했나

1912년 장교동에서 가장 많은 필지를 소유한 성씨는 이씨(14필지)와 김씨(12필지)였다.

이 두 성씨가 전체 필지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는데, 이는 주요 상권과 주거지를 중심으로 한 가족 단위의 토지 지배력 구조를 상징한다.

특히 장교동처럼 상업 중심지에 가까운 지역은 유력 가문들이 투자 목적으로 토지를 확보하는 경향이 있었다.

당시 서울 도심 토지자료를 여러 지역과 함께 비교해보면, 성씨 집중도가 높은 동네일수록 시장 기능이 발달해 있었다는 점이 자주 나타난다.

이런 분석은 현대의 도시문화재 연구에서도 매우 유효하다.

왜냐하면 가문 중심의 토지 형태는 오래전 골목길 패턴, 상가 배치, 건축구조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소목차 4 일본인·중국인 토지 소유에서 드러나는 시대의 그림자

1912년 장교동에는 일본인 소유 토지가 10필지, 중국인 소유 토지가 1필지 존재했다.

이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1910년대는 경술국치 직후였고 일본이 서울 곳곳의 토지를 빠르게 점유해가던 시기였다.

특히 도심 상업지대를 중심으로 일본인의 자본 유입이 빠르게 진행되었는데, 장교동 역시 그 흐름 속에 있었다.

10필지라는 수치는 작은 동네 안에서도 상당히 큰 영향력을 의미한다.

중국인 소유가 1필지 존재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중국 상인들은 조선 말기부터 꾸준히 서울 상권에 진출했는데, 장교동은 교통과 상업이 결합된 입지 덕분에 자연스럽게 이들의 활동 기반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흔적은 서울 문화재 발굴 현장에서 자주 등장하는 외국산 도자기, 상업용 유물들과도 연결된다.

소목차 5 오늘의 문화재 지표조사와 연결되는 의미

지금 장교동 일대를 개발하거나 공사를 진행한다면, 지표조사나 시굴조사 단계에서 당시의 골목 흔적, 상점터, 건물 기초석, 생활유물들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서울 도심 지표조사의 핵심은 바로 ‘땅속에 숨은 도시의 층위’를 읽어내는 일이다.

장교동처럼 100%가 대지였던 공간은 도시의 켜가 매우 촘촘해, 유구(遺構)가 끊김 없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성공 사례로는, 종로 일대 시굴조사에서 조선 후기 상업로 흔적이 확인되며 개발계획이 크게 조정된 적도 있다.

장교동 또한 비슷한 사례가 충분히 가능하다.

소목차 6 성공 사례로 보는 도시 발굴의 가치

도시 발굴은 단순히 유물을 찾는 작업이 아니다.

도시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어떤 관계 속에서 성장했는지 그 맥락을 복원하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근래의 청계천 일대 발굴에서 조선 후기 상점가 구조가 드러나고, 그 기반 위에서 현대 도시계획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사례가 있다.

장교동도 청계천과 맞닿아 있었기에 비슷한 가치가 숨어 있다.

도시에 남은 흔적은 사람의 기억보다 오래 산다.

그 흔적을 해석하는 일은 도시가 자기 모습을 되찾는 과정이다.

소목차 7 장교동을 다시 걷는 우리에게

지금 장교동을 걷는다면, 1912년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좁은 골목 사이로 상인들이 오가고, 가옥들이 촘촘히 이어져 있던 풍경.

그리고 그 뒤편에서 변화의 물결을 타고 들어오던 일본 상점들의 간판.

이 모든 장면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저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땅속에 남아 잠들어 있다.

도시는 결국 누군가가 남긴 발자국 위에 다시 지어진다.

그래서 장교동을 이야기하는 일은 과거를 들여다보는 일이면서 동시에 미래의 서울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이 글을 읽고 장교동을 바라본다면, 단순한 도심 한복판의 지명이 아니라

도시가 숨 쉬는 역사 그 자체로 다가오기를 바란다.

마지막 문장을 이곳에 새긴다.

“도시의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다시 발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