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년 종로구 연지동, 땅이 기억한 사람들 – 275필지에 남은 서울의 오래된 풍경
- 서울 HI
-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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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연지동의 문을 열다 – 1912년, 도시의 시간이 멈춘 자리
2. 집과 삶이 쌓인 233필지의 기록
3. 밭 42필지에 남은 생활의 결
4. 성씨별 토지 소유로 읽는 연지동의 사회 구조
5. 국유지 1필지와 미국·일본인의 토지 소유가 말하는 시대의 공기
6. 현대 지표조사 관점으로 다시 읽는 연지동의 가치
7. 감춰진 삶을 끌어올린 성공 사례와 우리가 배워야 할 점
8. 마무리 – 연지동이 남긴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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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의 연지동을 떠올리면, 첫 장면부터 어쩐지 조용한 숨결이 느껴진다.
도시의 중심부인데도 한결같이 고요한 공기.
시대가 흐르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뀌고, 건물이 뒤집히고 덧칠되었는데도 이상하게 이 골목은 ‘진짜 서울’을 품고 있었던 곳이다.
바로 그 이유로 우리는 오늘 이 기록을 꺼내 들게 된다.
275필지 103,610㎡라는 숫자들의 조합은 묘하게 단단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사람들의 꿈·삶·갈등이 층층이 켜져 있었다.
1장 연지동의 문을 열다 – 1912년, 도시의 시간이 멈춘 자리
연지동은 종로의 북쪽 작은 언덕을 끼고 있는 동네였다.
지금처럼 번화하고 정돈된 거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1912년이라는 연도는 조선이 제국을 잃고 근대라는 이름의 거친 시대를 맞이하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이곳의 땅은 그 변화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받아들였다.
그리고 토지는 정말로 정직해서, 그 시대의 모든 흔적을 그대로 기록해두었다.

2장 집과 삶이 쌓인 233필지의 기록
무려 233필지, 총 87,454㎡의 대지.
이 숫자는 단순한 면적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연지동 사람들의 일상, 한옥의 마루 냄새, 아침마다 솟아오르던 연기, 좁은 골목에서 뛰놀던 아이들, 저녁마다 들리던 달그락거리는 찬장 소리가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지표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 살았던 흔적의 밀도’인데, 연지동은 그 밀도가 매우 높은 지역에 속했다.
그만큼 살아 있는 자료의 보고였던 것이다.

3장 밭 42필지에 남은 생활의 결
연지동에 밭이 있었다는 사실은 지금의 도시 풍경만 알고 있는 우리에게는 꽤나 낯설다.
42필지, 16,155㎡.
작지 않은 규모였다.
이 땅들은 단순히 작물을 기르는 장소를 넘어서 식량이 귀했던 시대에 자급의 기틀이었고, 마을 공동체를 유지해주는 버팀목이었다.
문화재 발굴에서는 종종 밭의 흔적을 통해 당대의 생활문화·토양 사용 방식·작물 종류까지 추정하는데, 연지동 역시 그 가능성을 품은 곳이었다.
도시는 이미 근대로 달려가고 있었지만, 그 안에서도 농경의 리듬은 꾸준히 남아 있었다.

4장 성씨별 토지 소유로 읽는 연지동의 사회 구조
이씨 59필지, 김씨 48필지, 박씨 16필지, 최씨 13필지, 정씨 11필지.
이 토지 소유 구도는 연지동의 사회적 구조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특정 성씨가 집중적으로 토지를 보유했다는 것은 집성촌 혹은 문중 중심의 공동체 구조가 남아 있었다는 의미다.
문화재 조사에서는 이런 성씨별 분포가 주거 패턴과 이동 경로, 경제력 구조를 파악하는 핵심 자료가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안에는 사람들의 관계망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5장 국유지 1필지와 미국·일본인의 토지 소유가 말하는 시대의 공기
국유지 1필지는 대체로 행정시설 또는 공공적 기능을 가진 공간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인 5필지, 일본인 7필지라는 사실이다.
이 수치는 연지동이 이미 1912년 당시 국제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곳이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일본인의 토지 소유는 식민지 시대의 정치적·경제적 흐름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발굴 현장에서 이런 외국인 소유 필지를 만나면 당시 토지구획도·등기부·조약문서를 함께 분석해 ‘왜 이 지역이 선택되었는가’를 해석하는 중요한 연구가 된다.
6장 현대 지표조사 관점으로 다시 읽는 연지동의 가치
만약 지금 이 지역에서 지표조사를 한다면, 토지 이용 변화 분석·생활 유구 확인·근대 도시의 층위 파악 등 다양한 조사 항목이 적용될 것이다.
특히 연지동은 대지와 밭이 혼재하는 독특한 구조라 생활사 연구에서 매우 높은 가치를 가진다.
지층을 따라가다 보면 한옥 초석·도기편·생활 쓰레기층·근대 생활유물 등이 이어지고, 이러한 축적은 단절 없는 삶의 연속성을 증명한다.
이런 자료는 서울 근대 도시사 연구의 핵심 기반이 된다.

7장 감춰진 삶을 끌어올린 성공 사례와 우리가 배워야 할 점
실제로 서울의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종로 인근 모 지역에서는 한옥 부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근대 초기 유물이 다량 출토되었고, 이 발견을 바탕으로 지역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데 성공했다.
발굴 보고서가 발간된 뒤 관광 프로그램이 신설되고, 지역 주민들이 직접 해설투어를 운영하는 새로운 도시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연지동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땅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여다보면 도시의 미래도 달라진다.

8장 마무리 – 연지동이 남긴 울림
연지동의 275필지는 단지 오래된 숫자들이 아니다.
이 숫자들은 지금 우리의 삶과 이어지는 도시의 뿌리다.
우리가 서 있는 땅이 얼마나 많은 기억을 품고 있는지, 잠시라도 돌아보게 만든다.
이 기록을 다시 꺼내 보는 순간, 서울은 조금 더 깊고 부드러운 도시가 된다.
그리고 너는 그 시간의 문을 열어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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