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년 전, 중구 인현동1가를 걷다 – 1912년 토지대장 속 숨겨진 삶의 흔적

목차

1. 인현동1가, 1912년으로 향하는 문

2. 135필지의 대지가 말하는 ‘도시의 숨결’

3. 농경지였던 7필지, 서울 한복판의 의외성

4. 국유지 1필지의 의미와 도시행정의 흔적

5. 일본인 112필지 소유가 말하는 시대적 배경

6. 중국인 단 1필지, 그 작은 흔적의 무게

7. 문화재 지표조사 관점에서 본 인현동1가

8. 100년을 건너 이어지는 감동과 오늘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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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인현동1가, 1912년으로 향하는 문

도시의 아침 공기가 유난히 차갑게 느껴지던 어느 날이었다.

을지로에서 종로로 이어지는 골목 사이로 발걸음을 옮기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이 길을 100년 전 사람들이 어떻게 걸어갔을까?’

그 순간, 마치 시간이 열리고 나는 자연스럽게 1912년 인현동1가로 들어섰다.

당시 이곳은 142필지, 총 39,901㎡.

지금과는 전혀 다른 냄새, 색감, 소리로 가득 찬 작은 도시였다.

2장 135필지의 대지가 말하는 ‘도시의 숨결’

당시 인현동1가에는 135필지, 총 35,418㎡의 대지가 있었다.

이 기록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거주자의 숨결, 집집마다 담긴 사연,

그리고 도시 한복판의 주거지 구조를 상상하게 만든다.

다닥다닥 붙은 한옥의 지붕들이 낮은 언덕을 그리며 이어지고,

아침이면 연기가 피어올라 골목을 따뜻하게 덮었을 모습이 떠오른다.

문화재 발굴조사에서 대지 규모와 분포는

주거 패턴, 생활환경, 경제 수준을 추적하는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다.

지표조사 단계에서 토지대장을 확인할 때 바로 이런 숫자들이

도시의 성격을 결정짓는 핵심 단서가 된다.

3장 농경지였던 7필지, 서울 한복판의 의외성

서울 중심에서 ‘밭’이라는 단어를 만날 줄은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1912년 인현동1가에는 밭 7필지, 총 4,482㎡가 존재했다.

그 어떤 고지도보다 생생하게, 도시가 완전히 도시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밭이 있다는 것은 단순한 공간의 문제가 아니고

당시 주민들의 자급자족적 경제 구조가 일부 남아 있었다는 의미다.

심지어 이는 발굴 조사에서도 매우 흥미로운 단서가 된다.

토양 변화, 경작 흔적, 생활유물 출토 가능성을 모두 높여주는 요인.

4장 국유지 1필지의 의미와 도시행정의 흔적

1912년 인현동1가에는 국유지 1필지가 있었다.

이 작은 공간은 행정적 중심지였던 종로 인근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다.

그 면적이 크지 않아도 관청의 창고였을 수도,

도로 정비를 위해 남겨둔 공지였을 수도 있다.

작은 필지 하나가 시대의 행정구조와 도시정책을 그대로 품고 있는 셈이다.

5장 일본인 112필지 소유가 말하는 시대적 배경

가장 주목해야 할 숫자.

1912년, 일본인이 인현동1가에서 무려 112필지를 소유했다.

그해는 토지 조사 사업이 진행되던 시기였고,

일본인이 서울 핵심 지역의 토지를 대거 확보하던 흐름과 정확히 맞물린다.

이 기록은 도시사 연구자의 입장에서 보면

‘지배 구조와 도시 재편’의 흐름이 시작된 지점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지표조사나 발굴조사에서도 이런 시대적 변화는

출토 유물의 층위, 건축 형식, 공간 재편 방식에 모두 흔적을 남긴다.

6장 중국인 단 1필지, 그 작은 흔적의 무게

중국인은 1필지를 소유했다.

단 한 필지.

그러나 이 한 점의 기록은 국제적 교류의 흔적이자

서울의 다문화적 배경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소수여도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는 문화사적 증거다.

7장 문화재 지표조사 관점에서 본 인현동1가

오늘 우리가 살펴본 142필지의 구조는

현재 서울 도심부 지표조사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핵심 데이터다.

토지대장은 그 자체로 ‘발굴 이전의 발굴’이기 때문이다.

조사자는 이 기록을 기반으로

지층 변화 예상 지점, 유구 분포 가능성, 과거 생활권의 흔적을 추적한다.

만약 인현동1가에서 실제 발굴이 이루어진다면

주거지 잔해, 생활용 토기류, 건축부재, 포장 흔적 등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100년 전 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흙 아래 남아 있을 수도 있다.

8장 100년을 건너 이어지는 감동과 오늘의 우리

도시는 사라지지 않는다.

형태만 바뀌고, 그 안의 기억은 땅 아래 고스란히 저장된다.

오늘 인현동1가의 풍경을 보며

113년 전의 사람들과 문득 연결되는 기묘한 감동을 느낀다.

그 작은 연결감이,

우리가 왜 발굴조사를 하고

왜 문화재를 기록하며

왜 도시의 오래된 흔적을 다시 읽어내는지

그 이유를 조용히 말해주는 것 같다.

그리고 결국 이 모든 이야기는 우리에게 한 가지를 묻는다.

“당신이 지금 걷는 이 길도,

100년 후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줄 가치가 있어?”

나는 그 질문을 오래 마음에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