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년 마포구 합정동, 땅 위에 새겨진 시간의 기록
- 서울 HI
- 9월 14일
- 2분 분량
목차
서두: 서울의 땅, 그 위에 남겨진 100년 전의 흔적
1912년 합정동의 전체 모습 – 352필지의 땅과 62만㎡의 역사
논과 밭 – 합정동의 삶을 지탱하던 곡식의 땅
집과 대지 – 마을을 이루던 사람들의 생활 공간
분묘지와 임야 – 조상과 산이 함께한 풍경
잡종지 – 일상과 산업의 경계에 놓인 땅
성씨별 토지 소유 현황 – 합정동을 이루던 사람들
국유지·마을 소유지·법인 소유지 – 공동체와 제도의 흔적
일본인 소유 토지 – 시대의 그림자를 드리운 한 필지
오늘의 합정동과 1912년의 기억을 잇는 문화유산 조사 필요성
성공적인 문화재 발굴·지표조사 사례와 합정동의 가능성
맺음말: 발굴과 기록이 만들어내는 우리의 미래

서울을 걷다 보면 화려한 빌딩 숲과 카페 거리 속에서 과거의 흔적은 쉽게 잊히곤 합니다. 그러나 100년 전 이 땅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특히 지금은 젊은 세대가 즐겨 찾는 마포구 합정동, 그곳의 1912년 기록은 놀라울 만큼 구체적인 숫자로 우리 앞에 다가옵니다.
1912년 합정동은 총 352필지, 면적으로는 약 62만㎡에 이르는 땅이었습니다. 지금의 합정역 주변과 홍대 앞 거리를 떠올리면,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농업과 생활, 조상들의 무덤과 산이 뒤섞여 있던 하나의 큰 마을이었지요.
논은 당시 29필지, 77,342㎡였습니다. 합정동이라는 도심 한복판에서 벼가 자라고, 여름이면 초록빛이 가득했던 풍경을 떠올리면 묘한 감정이 듭니다. 오늘날 카페 테라스와 도로가 깔린 자리에, 백 년 전엔 황금빛 논이 펼쳐졌던 것입니다.
밭의 규모는 더욱 컸습니다. 무려 207필지, 402,586㎡로, 전체 합정동 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주민들은 이 땅에서 채소와 곡물을 길러 생활을 이어갔고, 마포 시장이나 용산, 서대문으로 농산물을 내다 팔며 생계를 유지했을 것입니다.
집이 있었던 대지는 82필지, 44,849㎡였습니다. 지금처럼 아파트와 주택이 빼곡하지 않았고, 몇십 가구가 모여 집을 지으며 살아가던 작은 마을이었죠.
또한 22필지, 31,358㎡의 분묘지가 있었는데, 이는 당시 사람들이 조상 숭배와 제사를 얼마나 중시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산은 8필지, 46,238㎡로 기록되었으며, 나무와 숲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삭막한 도시 풍경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잡종지는 4필지, 20,605㎡였습니다. 농업에도, 주거에도 속하지 않는 이 땅은 아마도 마을 공동 작업장, 길, 혹은 잡화 생산이나 임시 용도로 쓰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합정동에 살던 성씨들은 다양했습니다. 김씨가 가장 많아 50필지를 소유했고, 이어 이씨 32필지, 송씨 31필지, 최씨 30필지, 조씨 26필지, 윤씨 23필지, 신씨 14필지, 정씨 13필지, 황씨 10필지 등이 있었습니다. 이는 곧 합정동이 다양한 혈연 공동체로 얽혀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공동체적 성격도 분명히 드러납니다. 국유지는 25필지, 마을 소유 땅은 3필지, 법인 소유지는 7필지였습니다. 한편 일본인 소유 땅도 1필지 존재했는데, 이는 일제강점기의 시작을 알리는 불길한 조짐이기도 했습니다. 단 한 필지라 해도, 그 안에는 나라 잃은 백성의 아픔이 스며 있었겠지요.
이렇듯 1912년 합정동의 기록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그 시절 사람들의 삶과 사회 구조, 그리고 시대의 그림자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오늘날 서울 곳곳에서 진행되는 문화재 지표조사, 시굴조사, 발굴조사는 바로 이런 기록과 연결됩니다. 땅 속 깊이 묻혀 있던 토기 조각 하나, 옛집의 주춧돌 하나가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서울의 다른 지역에서는 도로 확장이나 재개발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유적이 발견되어 발굴조사가 이루어지고, 이는 귀중한 역사 자료로 남습니다.
합정동 역시 언제든 이런 문화재가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 필지의 분묘, 오래된 우물터, 혹은 작은 기와 조각조차도 당시의 생활사 연구에 큰 가치를 지닐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개발과 보존이 충돌하는 지금, 우리는 문화유산 조사의 중요성을 더욱 깊이 인식해야 합니다. 성공적인 발굴 사례를 보더라도, 조사를 철저히 했을 때 지역의 정체성을 새롭게 발견하고, 주민과 함께 역사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합정동의 과거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단순히 ‘핫플레이스’가 아닌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야기의 끝은 곧 시작입니다. 우리가 땅 속 기록을 발굴하는 일은 단순히 옛것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풍요롭게 만드는 일입니다. 합정동의 1912년 기록은 우리에게 분명히 속삭입니다. “이 땅을 잊지 말라, 이 기억을 이어가라.”
출처: 서울 문화유산 발굴 조사 https://www.seoulheritag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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