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하얀 침묵, 그 안에서 백두산이 말을 건다
- 서울 HI
- 4월 12일
- 1분 분량
최종 수정일: 5월 22일
한겨울의 시간이 얼어붙은 듯, 세상의 소음이 모두 사라진 그곳. 나는 지금,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곳 — 백두산에 서 있다.

눈 덮인 천지는 마치 하늘이 내려앉은 듯 고요하고 장엄해. 새하얀 침묵 속, 바람조차 숨을 죽인다. 눈이 아니라, 시간을 밟고 걷는 기분이랄까? 발끝에서 시작된 설렘은 심장을 타고 백두산의 품으로 번져간다.

푸르게 갠 하늘 아래, 화산 분화구에 잠든 천지는 얼어붙은 신화처럼 눈을 감고 있다. 그 푸르름 대신 펼쳐진 건 흰 눈의 평원. 하지만 그 정적 속엔 이야기가 있다. 수천 년을 품고도 말하지 못한 시간의 이야기, 수많은 세월의 흔적들이 눈 아래 잠들어 있다.

두 손 시린 줄도 모르고, 나는 한참을 그 풍경 앞에 멈춰 있었다. 눈은 차갑지만, 가슴은 뜨겁다. 백두산은 단순한 산이 아니다. 이것은 기억의 땅이며, 우리의 뿌리다.

아래로 내려오니, 증기를 뿜어내는 온천 지대가 반긴다. 하얀 설산 속에 피어오르는 수증기. 땅속에서 끓는 열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이곳은 백두산의 또 다른 얼굴. 차가움과 뜨거움이 공존하는 이곳은 정말이지, 생명의 신비가 숨 쉬는 현장이다.
산 하나가 이렇게 많은 얼굴을 가질 수 있다니. 오늘, 나는 백두산을 단순히 ‘높은 산’으로 기억하지 않을 거야. 그건 마치, 누군가의 깊은 속마음을 이해한 것 같은 감정이거든.
백두산, 너란 존재는 내게 ‘자연’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다시 가르쳐줬어. 다음에 또 만나자, 더 따뜻한 계절에.
오늘의 감성 산행 끝!
추위도 잊게 만드는 절경
백두산은 역시, 직접 봐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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